저는 그림을 잘 모르지만 르누아르의 그림을 보자마자 찬물과 따듯한 물을 섞어 마신 것처럼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다른 의미로 희망과 좌절이 뒤섞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희망이야 그의 그림을 통해 드러나는 직관적인 느낌이라 더 이상의 부연 설명이 필요 없겠죠.
하지만 그 희망을 뚫고 제 내면에서부터 한 가지 질문이 빠른 속도로 수면을 향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왜 르누아르의 세상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지?
순간 내 마음은 좌절로 가득해졌습니다.
팔을 뒤로 젖히고 대중을 바라보는 모자를 쓴 남자,
턱을 괴고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여자,
강아지와 눈을 맞추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여자,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세 사람 등.
모두가 행복으로 젖어 있습니다.
시샘이 날 정도이지만 웬지 나에게는 다른 면이 보입니다.
저 그림 속 밝음에서 어두움이 느껴지는 것은 마치 행복한 날들이 이어지면 불행한 하루가 만들어질 것과 같은 불안감이라고 할까요?
알고 보니 르누아르의 삶이 그림에 드러난 것이더군요.
르누아르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재료비 마련은커녕 입에 풀칠하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하네요.
초창기 모네와 함께 또 다른 동료 화가인 바지유의 집에 얹혀 생활하며 모네가 그린 1864년의 <고기 덩어리> 작품과 관련된 일화는 꽤 유명하죠.
당시 삶이 그만큼 화가로서의 삶이 녹록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르누아르는 긍정적인 사람이었다고 하네요.
아래는 모네를 향해 르누아르가 던진 말이라고 합니다.
“친구 모네. 난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또 자네 같은 훌륭한 친구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하다네. 난 행복한 모습을 그리고 그로 인해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다네.” |
르누아르는 진흙속에서 연꽃을 피울 줄 아는 사람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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